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인지적 부채를 줄이는 습관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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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글은 Yennie Jun의 "Are we offloading too much of our thinking to AI?"를 읽고 정리한 생각이에요.
얼마 전 저는 제가 직접 소집한 리뷰 자리에서 제 문서에 답을 못 했어요. 프로젝트 brief와 tech spec을 사실상 AI로 쓴 다음, 내용을 완전히 제 것으로 만들지 못한 채 팀 리뷰를 잡았거든요. 팀원들이 던진 질문 앞에서 저는 매끄럽게 대답하지 못했어요. 문서는 멀쩡해 보였는데, 그 문서를 지탱하는 판단이 제 안에 없었던 거죠.
알게 모르게 쌓이는 '인지적 부채'
이해는 최대한 하자고 늘 마음먹고 있었어요. 그런데 요즘은 편하고 빠르게 처리하려는 순간이 훨씬 많아졌어요. 그리고 그 순간마다 저도 모르게 뭔가가 쌓이고 있더라고요. 부채의 성질이 딱 그래요. 지금 당장은 안 갚아도 되고 오히려 편해요. "이거 해줘" 하면 되고, 되네? 하고 빌드하고 배포하면 끝이에요. 문제는 부채라서 이자가 붙고, 언제 청구될지를 내가 못 정한다는 거예요. 위임할수록 결과물은 나오는데 그게 제 안에 쌓이지 않아요. 제 청구서는 하필 팀원들 앞에서 날아왔죠.
인지적 부채를 넘어, 사고까지 위임하는 단계
Yennie Jun의 글을 읽으면서 새로 든 생각은, 원인을 알게 됐다기보다 "아, 다들 비슷하게 겪는구나" 하는 거였어요.
Jun은 이렇게 물어요. "우리가 자동화하는 게 뭔가. 사람의 일인가 사람의 주체성인가, 사람의 작업인가 사람의 사고인가."(What are we automating? Human work or human agency? Human tasks or human thinking?) 글에는 극단적인 장면도 나와요. 샌프란시스코의 한 행사에서 만난 사람은 모든 대화를 마이크로 녹음하면서, AI가 자기보다 비판적 사고를 잘하니 사고 자체를 통째로 맡긴다고 말해요.
Jun은 여기서 한 발 더 나가요. Ken Liu의 소설 속 AI 비서 Tilly는 사용자가 원하는 걸 대신 말해주는 게 아니라, 무엇을 생각해야 할지를 정해줘요. 그렇게 맡기다 보면 정작 자기가 뭘 원하는지조차 흐릿해진다는 거예요. 다만 저는 아직 그 정도까지는 느끼지 못했어요. 그래도 이대로라면 충분히 그런 수준의 문제까지 생길 수 있겠다는 데엔 깊이 공감해요.
AI 결과물을 내 것으로 만드는 방법
요즘은 AI로 결과를 한 번 만들어도 거기서 끝내지 않아요. AI로 draft를 빠르게 만든 다음, 그 내용을 제가 온전히 이해하려는 과정을 무조건 한 번씩 거쳐요. 결과물은 받되 판단까지 통째로 넘기지 않으려는 안전장치인 셈이에요. 그 과정을 도와주는 스킬 몇 가지를 소개할게요.
explain-diff-html: 코드 작업을 마친 뒤 돌려요. 전반적인 작업 개요부터 바뀐 코드 청크 하나하나까지 step by step으로 짚어주고, 마지막엔 퀴즈까지 내줘서 제가 실제로 이해했는지 확인하게 해줘요.grill-me: 제 계획을 더 발전시키도록, 리뷰하듯 질문을 던져줘요.teach: 뭘 모르는지조차 모르는(unknown unknown) 영역에서, 제 수준에 맞춰 이해를 한 단계씩 끌어올려줘요.
다들 비슷한 고민을 하고 계실 것 같아요. 저도 아직 이 문제의 한가운데 있어요. 다만 확실한 건, 맡기는 만큼 이해를 따로 챙기지 않으면 그 부채는 사라지지 않고 어딘가에 쌓인다는 거예요. 그래서 요즘은 결과물을 받은 뒤 한 번 더 제 것으로 만드는 그 한 단계를 빼먹지 않으려고 해요.